미래문화자산

45년 역사의 원도심 목욕탕, 복합문화공간으로

옛 온천탕

2021-3호 서귀포시 중앙로 13(서귀동 439-2) 사회문화

1971년부터 2016년까지 약 50년 동안 서귀포에서 가장 오래 영업한 목욕탕이다. 서귀탕, 동천탕 등과 함께 서귀포 원도심을 지켰다. 창업주 할머니는 당시 서귀포 시민들이 온천욕을 하는 것처럼 편히 휴식을 취하길 바라는 뜻으로 온천탕이라 지었다. 1층의 냉탕, 온탕, 중탕, 개인탕 뿐만 아니라 2층에는 가족탕이라는 흔치 않은 공간이 있었다. 이용객들은 온천탕에서 목욕을 마친 뒤 주변에서 이발을 하고 영화 관람, 쇼핑을 했다. 목욕탕이 문화생활을 누리는 출발지였던 셈이다.

할머니가 운영하던 목욕탕 영업은 끝났지만, 지금은 손자가 ‘나의 작은 바다’라는 뜻의 복합문화공간 ‘라바르’로 새롭게 탄생시켜 공간의 기억을 잇고 있다. ‘바르’는 바다의 제주어이자 ‘씻다’의 라틴어(Lavare)에서 따온 말이다. 현대적인 감성 속에 군데군데 옛 온천탕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목욕탕, 미용실, 의상실, 다방, 주거 공간이 공존하던 옛 목욕탕은 현재 카페, 갤러리, 편집숍, 와인바 등으로 탈바꿈했다.

이 공간은 상처가 아문자리 4곳을 그대로 간직했다. 1층 한가운데 있는 여탕 욕조엔 물이 흘러내려 마치 과거로 돌아가 온천탕에 온 듯하다. 2층에는 남탕 환풍구를 남겼다. 3층에는 주변 어느 골목길에서도 올려다볼 수 있는 붉은색의 굴뚝이 남아 있어 눈길을 끈다. 문섬과 서귀포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4층 루프탑에는 과거 온천탕의 생명이었던 물통이 있다.

‘라바르’는 허름한 듯 친숙한 목욕탕에 요즘 감성을 더한 재생 공간이다. 대부분의 목욕탕이 사우나 문화가 도입되면서 증·개축을 거쳐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온천탕은 당시 모습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생활문화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리모델링 전 사진으로 기록화 작업을 마쳤다.

제안자 박재완(정방동)

제안 사유 2016년까지 영업을 이어왔고 시대에 맞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 원형을 기록하고 일부는 계속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