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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와 함께 자연이 소멸하고 있다

김지연 기후예술전문가

2022 서귀포 기후예술 프로젝트에서 어떤 일을 했나?

한은주 배우, 김현아 배우, 박상용 사진작가, 한정민 성악가와 함께 ‘오늘이’라는 팀으로 참여했다.‘오늘이’는 ‘2022 서귀포 기후예술 프로젝트’를 위해 일시적으로 결합된 팀으로 서귀포 대포마을에서 관객 참여형 공연을 진행했다. 나는 두 달여간 기후위기를 주제로 대포마을을 리서치했고, 그 결과를 공연 중에 렉처 퍼포먼스Lecture Performance라는 형식으로 관객들과 공유했다.


기후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궁금하다.

나는 액티비스트 리서처Activist Researcher(현장 기반 연구자)다. 도시 중심적인 사회경제 구조 속에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이 고유한 자기 정체성Locality을 가지고 어떻게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기후는 지역을 읽어가는 주요한 변수가 되었다. 지역에서 비단 인구만 소멸되는 게 아니라 자연과 동물을 포함한 비인간 존재도 함께 소멸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서귀포기후예술프로젝트에 대한 감상은 어떠한가.

기후 주제로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나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체감하고는 한다. 사람들은 제주를 그저 아름답기만 한 관광 도시로 보지만 나는 기후 관련한 제주의 미래가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서 공연 내용을 이후 어떻게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


서귀포시의 기후 문제는 어떠한가.

서귀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기후위기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가파도에서는 2018년부터 미역과 모자반이 실종되기 시작하는 대신 아열대 기후의 바다포도 해초가 발견되고 있다. 바닷속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해녀를 비롯한 어촌 관계자들은 인지하고 있지만 육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무감각한 것 같다. 노지 감귤 풍경도 머지 않아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게나 심각하지만 제주가 관광으로 먹고 사는 지역이다 보니 대부분이 이런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여전한 개발주의적 사고방식뿐 아니라 일선 학교에서 환경교육이 부재한 상황도 너무나 아쉽다.




그럼 어떤 해결 방안이 있을까?

지난해 발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에서 기후위기의 원인이 인간의활동human activities에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바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 인간의 활동에 대해 주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인해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로의 집중 현상이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의 과감한 실험이 요구된다. 그 실험이 새로운 미래사회의 모델로 제시되고 제안되었으면 한다.




최근 로컬의 흐름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최근 로컬의 흐름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지역이 도시의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한 휴식처로 소비되기만 하고, 지역의 소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도 힙하게 소비되는 비즈니스적인 접근이 많다. 비즈니스적 관점도 무시할 수 없고, 지친 청년들이 휴식처로서 지역을 찾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도 분명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지역 대부분이 이 특정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긴 호흡으로 로컬의 미래를 사유하고 철학할 수 있는 콘텐츠였으면 하고, 그 장소는 커뮤니티 센터와 같은 부자연스러운 공간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서로를 만나는 공간(가게, 펍, 도서관 등)이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커뮤니티 센터가 아니라 사람들의 관계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이 필요할 때다.


관련해서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기후위기의 언어들을 재정의, 재구성하는 <기후사전> 편찬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언어는 프레임 형성과 변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우리 인식과 실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기후 언어들이 과학 전문용어, 산업 중심, 인간 중심적이다 보니 일상의 삶에서 벌어지는 기후 불평등, 쓰레기/에너지 식민주의, 비인간 존재 등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상황이다. 나는 <기후사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좀처럼 주목하지 않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