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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을 통해 마을을 재발견한 시간

김혜영 제주숲길협동조합 대표

노지문화 마을산책 서귀권(원도심) 투어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정의권(중산간 마을목장)에서 총괄을 맡았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었나.

2021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서귀포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여러 프로그램을 접했다. 특히 노지문화 여행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수강하면서 제주의 문화와 마을에 한 걸음 들어가는 시간을 가졌고,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에서 주관한 노지문화 마을산책 관련 큐레이션 업무도 위탁받게 되었다. 현재 산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교육하는 제주숲길협동조합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 서귀포의 노지마을과 산림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작업도 한다면 상호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서 마을 및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와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프로그램 준비 과정은 어땠나. 노지문화 마을산책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제주에 처음 오는 사람이 아닌, 제주 이주민이나 제주 마을을 이미 많이 걸어본 사람들이 참여할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걸어본 길이라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걸음 더 들어가 스토리텔링하는 것을 포인트로 삼았다. 그리고 정의권 투어의 경우 원도심 투어와 달리 하루 동안 5개 마을을 순서대로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에서 하루에 5개 마을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그간의 경험에 따라 설득했고, 다행히 수락해주셨다. 5개 마을을 하루에 돌다 보니 아무래도 한 마을에 머물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각 마을이 갖고 있는 응축된 에너지를 설명할 수 있는 경험 많은 마을 해설사를 섭외했다. 해당 마을에 거주하는 분들이나. 마을 출신인 분들, 무엇보다도 마을에 애정을 갖고 활동하는 분들이 해설을 맡아주셨다.




정의권 노지문화 마을산책 프로그램이었던 ‘중산간 마을목장’ 투어는 어땠나.

하루 동안 신례리, 의귀리, 수망리, 가시리, 그리고 수산리까지 5개 마을을 도는 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모두 잘 따라와 주셨다. 투어 전 참여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각 마을에 대한 사전 인지도와 기대를 물어봤고, 투어 후 만족도 조사로 어떻게 순위가 바뀌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5개마을 중 가시리 마을은 이미 가지고 있는 콘텐츠가 뚜렷하고 가장 인지도가 높아서 투어를 이끌어준 스타 마을이었지만, 다른 마을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다. 사전 설문에서도 가보고 싶은 마을 1위로 가시리가 꼽혔다. 그래서 다른 마을들의 스토리텔링에 조금 더 힘을 실었다. 예를 들면 수산리는 ‘수산한 못’이라는 연못을 대표 장소로 선정하고, 마을 출신의 오은주 해설사가 할머니와 함께 만든 동화책을 수산리 정자에서 직접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투어를 마치고 다시 설문조사를 했더니 가장 좋았던 산책 코스와 다시 찾고 싶은 곳 1위를 수산리가 차지했다. 인지도가 낮았던 마을의 매력이 재발견되었다는 점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마을산책 프로그램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마을을 다시 찾았다는 분들도 있었다.


본인에게 노지문화 마을산책은 어떤 의미였나.

제주에 있는 자원을 그저 누리며 살면 된다는, 어찌 보면 안일한 생각을 갖고 지냈다. 그런데 노지문화 여행큐레이터로 마을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각 마을이 지닌 고민과 문제들을 알게 되었고, 나의 숙제도 늘어난 기분이다. 이제는 제주도민으로서 함께 고민을 나눠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노지문화 마을산책 프로그램 자체가 나처럼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 의미 있는 계기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어떤 헌신과 노력으로 마을을 지키고 있는지 소개하고, 주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