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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105개 마을을 엥기리다

이보숙 시민 예술가

2021년부터 2년간 노지문화탐험대 우수 참여자였을 뿐 아니라, 이때의 결과물을 상품화하여 노지마켓에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 처음에 어떤 계기로 노지문화탐험대에 함께하게 되었나.

나이가 들면서 취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이 하고 싶었고, 미대에는 진학을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싶어 혼자 그리기 시작했다. 혼자 그리면 발전이 없길래 동네에서 같이 그릴 사람을 모집했다. 당근마켓에서 사람을 모았고, 그렇게 만난 게 ‘제주 엥기리다’ 구성원들이다. 그렇게 그림 모임을 하던 중에 노지문화탐험대 공고를 보게 되었다. 어떤 주제로 지원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서귀포의 105개 마을을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고, 그 그림의 결과물을 엽서북으로 만들어보자는 결론을 냈다. 지금까지도 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럼 노지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은 그 엽서북인가?

노지마켓에서는 우리 모임 ‘제주 엥기리다’에서 함께 만든 그림 엽서북을 판매했다. 우리 모임 이름인 ‘엥기리다’는 제주어로 아이들이 낙서하듯 끄적이거나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말한다. 노지마켓에서 서귀포의 마을을 그린 그림 엽서북을 많이 판매했다. 수제 드로잉북과 그림을 활용해서 만든 자석 등도 인기가 좋았다.




제주 엥기리다 모임 구성원들이 마을에 직접 방문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인가?

중문, 대포, 색달, 예래, 월평, 강정, 법환마을을 그린 엽서북을 만들었다. 그림마다 모두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있다. 직접 마을에 방문할 뿐 아니라 마을에 대한 설명을 붙이기 위해 자료 수집과 인터뷰 등도 진행한다. 이 그림으로 서부도서관, 소라의 성 북카페, 대포마을 해안가 등에서 작년에만 4번이나 전시회를 열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마을이 있었나?

올해는 월평마을 하나를 선택해서 마을의 한 모습이 아닌, 마을 전체를 그리는 작업을 했다. 종이를 길게 붙이고 거기에 마을을 그려서, 병풍 모양의 수제 아코디언북을 완성했다.




상품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

노지마켓에 나갔을 때 마을을 그린 그림에 대한 반응이 좋았고, 전시회에도 방명록이 꽉 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다. 특히 노지마켓은 관광객이 많이 온다. 엽서북을 보고 그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관광객도 있었다. 한번은 다른 지역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하고 있는 담당자가 와서 벤치마킹을 하고 싶다며 엽서북 전권을 사가시기도 했다. 서귀포 문화를 알리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았나?

우리의 작품은 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라 아무래도 품이 많이 든다. 투자를 먼저 받는 것도아니고, 판매 후에 수익금이 생기는 구조다 보니 그게 좀 어렵기는 하다. 제품 특성상 너무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캣맘으로서 길고양이 사료 마련할 정도는 벌고 있다.


앞으로도 노지마켓에 계속 참여할 생각인가.

참여도 하고 서귀포의 마을을 그리는 활동도 계속할 계획이다. 2023년에는 서호마을, 서홍마을을그릴 예정이다. 사실 노지마켓이 아니더라도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모여 만든 플리마켓은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개인이 주도하는 것보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 같은 단체에서 마켓을 만들어주는 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노지마켓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참여하겠다.




노지마켓은 미래문화텃밭 사업의 일환이다. 미래문화텃밭은 미래 세대를 위해 문화텃밭을 마련하는 일인데, 노지마켓 같은 사업이 미래 세대에 어떤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자본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문화를 중심으로 한 슬로우라이프를추구하는 것이 중요한데, 서귀포시가 그 가능성을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서귀포에서 이런 미래 자산을 지키려면 뭔가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현재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문화가 있는 곳에 마켓이 있고, 그 마켓으로 교류가 지속된다면 그게 미래문화텃밭의 씨앗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서귀포가 문화도시가 되었다는 걸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