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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 담아낸 제주 삼춘들의 장수 비결 레시피

인수형 커브미디어 감독

시민아이디어뱅크 사업에는 어떻게 지원하게 되었나.

원래 영상 제작을 하는 사람이고, 제주 신흥1리에서 ‘자상한 하루’라는 커피책방을 운영하면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고 있다. 제주살이를 꿈꾸던 차에 귤 창고로 사용하던 공간을 발견했고, 이를 개조해 공간을 열었다. 인테리어 공사를 오랜 기간 공들여서 했는데, 건물 주인인 삼춘이 음식을 자주 챙겨주셨다. 그때 제주 향토 음식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제주 향토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특히 영상 자료는 더 찾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걸 잘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귀포시문화도시센터는 처음 생길 때부터 알고 있었고, 마을라운지 사업에 참여하면서 자상한 하루 카페를 주민들의 문화 향유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민아이디어뱅크 사업 공지를 보고 ‘건강 100세 서귀포 - 삼춘! 장수 비결 알려줍서’라는 콘셉트로 지원하게 됐다.




‘건강 100세 서귀포 - 삼춘! 장수 비결 알려줍서’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제주는 육지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대표적인 장수 지역 중 하나다. 그래서 향토 음식을 소개하면서 건강과 장수에 초점을 맞췄다. 총 18개의 제주 음식 레시피 영상을 제작했고, 어르신 두 분을 직접 인터뷰해서 장수 비결이 무엇인지 들어 보았다. 현재 18개 레시피 영상과 2개의 인터뷰 영상 모두 ‘건강 100세 서귀포’ 유튜브 채널에 올라가 있다.


섭외 및 향토 음식 조사는 어떻게 이뤄졌나.

섭외가 사실 어려웠다. 마을자치회, 읍사무소 등에 전화를 돌렸지만 개인정보이다 보니 알기 어려웠다. 노인정을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지인을 통해 수소문하기도 하면서 고용순(90세), 김태자(82세), 양춘선(80세) 선생님을 섭외해 장수 비결 인터뷰를 진행했다. 레시피 영상의 경우에는 1분 내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젊은 사람들도 시도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요리를 총괄해서 해줄 분이 필요했다. 제주농업기술센터 과장님이 센터에 향토음식연구회라는 모임이 있다며 회장님을 소개해주셨고, 향토음식보연구회 회장님이 다시 전 향토음식연구회 회장이자 현재 서귀포조리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님을 소개해주셨다. 원장님과 함께 메밀저베기, 문어죽, 양에무침 등의 레시피를 정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마침 서귀포기술센터가 조리 시설을 리모델링한 상태였는데, 무료로 대여를 해주신 덕분에 그곳에서 촬영도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시민아이디어뱅크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제주 향토 음식의 특징을 많이 알게 되었다. 제주 향토 음식은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고 소박한 면이 있다. 쌀 대신 메밀과 조를 재배하다 보니 이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숙성하지 않은 날된장을 많이 사용하기도 한다. 죽 요리를 많이 먹는 것도 특징 중 하나였다. 인터뷰 촬영을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배운 점도 많다. 프로젝트 주제가 ‘장수’이니 장수 비결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 세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소박하지만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챙겨 먹는 것, 둘째는 항상 일하고 운동하면서 움직인 것, 셋째는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다. 긴 세월 살아오면서 느끼신 장수와 삶의 지혜를 배우고 전파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민아이디어뱅크를 통해 직접 서귀포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본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굉장히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에는 아직 남아 있는 전통 문화들이 있는데, 아무래도사진과 책으로만 기록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주의 사라져가는 문화들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싶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음식을 다뤘는데 앞으로는 다른 문화들도 영상으로 기록해두고 싶다. 예를 들어 제주에서 사용하는 ‘남태’라는 농기구가 있는데, 이걸 제작하는 분이 현재 90대이다. 전수자가 없다. 보니 아마도 남태 제작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다. 이런 분들을 찾아서 기록해두고 싶다. 오염되어 가는 제주 바다를 촬영해서 VR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