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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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등원하면, 공방 문을 엽니다”

꽃보라스튜디오

  • 서귀포시 동홍로 232-5 102동 1층
  • @k.b.r_studio
  • 0507-1474-1184
  • 09:00 ~ 17:00 (예약제 운영)

어릴 적, 용돈만 생기면 박차고 달려가던 ‘청양슈퍼’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름은 슈퍼였지만 불량식품들과 장난감을 파는 작은 구멍가게였어요. 노란색 옛날 전구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던 낡은 점방을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운영하셨죠. 나무로 지어진 온갖 잡다한 물건이 쌓인 그곳은 제겐 보물창고였습니다. 그 작은 공간에 물건이 어찌나 많은지, 온갖 바구니를 뒤져 새로운 장난감을 찾는 일은 너무나 행복했어요. 꽃보라스튜디오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때 그 장소 그 느낌을 많이 떠올렸어요. 찾아주시는 분들이 ‘와! 이거 이쁘다’ ‘다음엔 이것도 해보고 싶어요’라며 작은 공방을 구석구석 탐방하실 때마다 꽃보라가 ‘청양슈퍼’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집니다. 



꽃보라스튜디오는 동홍동 외곽에 위치한 작은 1인 공방입니다. 라탄공예, 리본공예, 실크 자이언트 플라워, 가죽공예 등의 자격증을 소지해, 다양한 공예를 가르쳐드리고 있으며, 그 외 바느질, 뜨개질, 인형옷 만들기 등의 공예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돈을 벌기 위함보다는 제가 정말로 공예를 좋아해서 만든 장소랍니다. (다들 황당해하시지만) 그래서 4시에 문을 닫습니다. 제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에만 문을 열어요. 아쉬울 때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제가 온전히 이 일을 즐기고, 찾아주시는 분들께도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어르신들에게 공예를 가르쳐드리고 싶단 생각이 있어서, 이번 ‘달빛라운지’에 <오손도손,조손>이라는 프로그램을 큰 고민 없이 기획했답니다. 서귀포는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많습니다. 하지만 모집 공고는 주로 SNS를 통해 공유되죠. 디지털문맹이라고 분류되는 세대들은 몰라서 못 간다고들 하세요. 디지털문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이 ‘손주’와 함께하는 자리라면? 다들 참여해주시지 않을까 싶었어요. 역시나 다들 손주들과의 추억을 위해, 손주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시기 위해 오셔서 좋은 시간을 가졌답니다.



꽃보라스튜디오는 문화소외지역 및 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수업을 소소하지만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집에서 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수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철 지난 아이들 옷, 엄마의 원피스나 블라우스를 잘라 머리띠와 곱창머리끈, 머리핀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입니다. 빈 유리병에 라탄을 씌워 화병으로 사용하는 것도요.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간절한 것은 아기가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랍니다. 아이가 아프지 않아야 꽃보라스튜디오도 계속 운영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