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라운지

프로그램썸네일

로컬의 역사와 추억을 품은 '정화의 공간'

라바르

  • 서귀포시 중앙로 13
  • @lavarr.jeju
  • 010-2029-9219
  • 09:00 ~ 22:00

제 아이가 이 집에서 태어났으니, 4대가 함께한 공간이네요. 할머니가 평생 운영하던 온천탕이 1층에 있었고, 수학교사였던 아버지가 목욕탕을 디자인하셨지요. 저희 가족은 이 목욕탕 3층에서 다 같이 살았고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는 이 오래된 목욕탕을 운영할 사람이 없어 방치되어 있었어요. 곳곳에 아버지의 손길이 묻어 있는 이곳은 저에겐 아주 오랫동안 애증이자 애착이었던 공간이었어요. 그저 나의 집이자, 할머니의 목욕탕, 다른 상업시설이었다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겠지만, 모두의 목욕탕이었다는 사실이 사실이 저를 굉장히 힘들게 했어요. 함부로 무너뜨릴 수 없는 이유였어요. 




오래 고민한 끝에 1971년에 온천탕이 생겼는데, 딱 50년이 되던 해에 '라바르'라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온천탕을 보내주었죠. 하지만 50년의 역사는 이어가고 싶었어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각 층마다 하나씩을 그대로 남겨두었어요. 여탕의 원형 목욕탕, 남탕의 환풍기와 굴뚝. 그리고 물통이 있던 자리를 상징적으로 남겨두었습니다. 




목욕탕의 기능은 상실했으나 '씻는다'는 개념이 저에겐 중요했거든요. '벗는다'는 것도 중요했고 그래서 몸을 씻는 공간에서 마음을 씻는 공간라는 타이틀을 갖고 옛 것에 세련미를 입히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름에 씻다, 정화하다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문화는 향유하는 것이죠. 저는 일상이 예술화돼야 된다 생각하는 사람이고 이곳은 대중목욕탕이었잖아요. 라바르가 누구나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많은 이의 기억과 세월을 품고 있었던 덕에 온천탕은 미래문화자산 1호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온천탕이 있다는 게 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무기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기억과 현재를 살아가는 이를 연결하며, 많은 문화를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어요. 아, 문화도시센터와는 어떤 사이냐고요? 탄생부터 지켜보며 지지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지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