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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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된 능력을 발휘하는 물꼬가 되길”

카페빈티지

  • 서귀포시 일주서로 608
  • 064-738-9302
  • 10:00 ~ 22:00

1984년에 서귀중학교에 발령을 받아 제주에 오게 되었고, 여기서 가정을 꾸리고 아들들도 낳았지요. 교편생활을 조금 일찍 내려놓고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에 용기를 내보게 되었어요. 제가 그림 그리는 일을 참 좋아하는데, 우선순위에 두진 못했거든요.



차와 커피를 파는 이곳 카페빈티지는 4년 전에 처음 문을 열었어요. 원래 만들어져 있던 구옥의 느낌을 살려서 요즘 핫한 카페와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핫한 장소들은 오히려 유행을 타고 정형화된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덴 제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오시면 좀 편한 마음이 들기를 원해서 이렇게 꾸며보았어요. 좀 어지러워 보여도 구석구석 살펴보고픈 재미가 있지요. 



처음부터 카페를 하게 되면, 이곳을 문화적으로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저처럼 오랫동안 꿈꿔왔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문턱을 낮추고 선생님을 초빙해 배울 수 있는 곳으로요. 마침 노지탐험대라는 서귀포 문화도시 프로젝트를 알게 되어서,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서귀포 지역 곳곳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지요. 그때마다 카페빈티지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 



다들 얼마나 열정적인지, 꾹꾹 눌러왔던 잠재된 능력을 이곳에서 폭발하듯 키워나갔어요. 카페빈티지에 모인 선생님들이 벌써 전시회를 일곱 번이나 했답니다. 그리고 조만간 책도 출간할 예정이고요. 축체형 마을라운지 사업으로는 작은 캔버스에 그림 그리기를 했는데, 그 또한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제가 SNS에도 약하고, 이렇다 할 카페 홍보를 하지 않아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거의 마을 주민 아니면 단골손님들이에요. 모이면 늘 이야기하세요 “야, 카페빈티지 없으면 우리 그림도 마음껏 못 그려. 여기 잘 되어야 해! 그러니 커피 마시고 싶은 사람 있으면 꼭 여기 소개해주고, 여기 주인장이 인터넷도 잘 안 하니까 우리가 해줘야 해!”



저도 계속 유지되어 오래오래 이곳에서 그림 그리고 문화를 나누며 살아가고 싶어요. 얼마 전에 독일에서 외국인이 오셨는데, 저희가 그때 아주 맛있는 팥빙수를 만들어드렸거든요. 음식도 맛있게 먹고, 구석구석 우리가 그린 그림까지 찬찬히 보고 가셨어요. 그런데 본인도 그림을 그린다 하시더라고요. 작가분의 작품도 보게 되었죠. 운명 같은 만남이었고. 음식도 공간도 좋아해주시니, 저도 너무 행복했어요. 그런 일이 있으면 힘든 순간도 잊게 되어요. 그렇게 작고 아름다운 것에 만족하며 이곳에서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