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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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형 마을라운지 활동일지

덕수마을이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

현장취재
일상형 마을라운지 활동일지



안덕면 덕수리는 제주의 서남쪽 바다, 한라산, 산방산을 한꺼번에 마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덕수마을 앞에는 ‘솥 굽는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무쇠솥을 만드는 불미공예가 예로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불미공예를 전승하기 위해 온 마을이 힘을 쓰고 있다. 사실 불미공예가 발달한 이유는 제주가, 그리고 덕수리가 본토와 멀어
생활필수품과 농기구의 대부분을 자급자족했기 때문이다.



자급자족하는 시절은 이미 지났지만, 덕수마을과 그 이웃마을 안에는 ‘공예’ ‘미술’ 등 손으로 그리고 만드는 사람들이 꽤 많이 산다.
문화도시센터와 협약을 맺은 마을라운지에도 화산송이를 이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도도공방, 천연염색을 가르치는 바람불어좋은날 등 손으로 빚고
그리고 만드는 일을 하는 공간지기들이 많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덕수리는 2023년 새롭게 시작한 사업인 <일상형 마을라운지>의 거점으로 선정되었다.
일상형 마을라운지는 새롭게 문화공간을 짓는 것보다 기존 민간·마을 소유의 장소와 연대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서귀포 문화도시와 협약을 맺은
마을문화공간으로 예술가와 주민, 그리고 지역 공간이 함께한다. 덕수리는 4개의 거점 공간 중 하나로,
4개의 마을라운지에서 4명의 예술문화강사가 초빙되어 유아미술, 원예치료, 도예, 음악 수업을 진행했다.



2023년 11월 4일, 그중에서도 덕수리마을회관 마을라운지에서 10회차로 진행된 아이들의 미술수업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마침 그날은 수업 마지막날이었다. 총 열 번의 수업을 매주 토요일마다 참석해온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주는 상장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열 번의 수업, 별명을 부르며 친해진 아이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땐, 아이들 모두가 어색하고, 또 덕수초에서 온 아이들, 국제학교에서 온 아이들 저마다 학교도 다양했어요.
그래서 이름 대신 강점을 살린 별명을 부르기로 했죠. 별명 짓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친구들이 대신 ‘너 이거 잘하잖아!’ 하면서 지어주기도 하고요.
여기서만 사용하는 긍정적인 별명이 있으니, 아이들도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져요. 서로를 존중하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수업을 진행했지만, 사실은 수업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석 달간 아이들의 미술수업을 담당했던 김선영 강사는 서귀포예술문화연구소에 소속된 예술강사로, 오랫동안 미술학원에서 교육했다.
제주에서는 심리치료 등에 관심이 생겨 공부하면서 발달장애 아동, 지역아동 센터에도 출강할 기회를 얻었고, 그러면서 보다 폭넓은 아동미술을 접하게 되었다.
문화도시센터에서 지원한 일상형 마을라운지 수업 역시 아이들에게도 큰 기회이지만, 본인에게도 배움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해 무척 열정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현재 제주대학교 대학원의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준비한 커리큘럼을 가지고 지도교수님께 자문을 구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아이들의 단단한 마음 키우기를 위해 몸과 마음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서로의 감정을 맞추는 게임도 진행하고, 그 감정을 받아들이며 단합하고 화합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그리고 이웃을, 마을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그리고 만들며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10회차의 수업은 그야말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이었고, 계속적으로 이어지는 마음 수업이었다. 실제로 마지막 날 만난 아이들의 얼굴은 행복해 보였고,
수업 중에 날아온 꿀벌 하나에도 서로 소리를 지르며 손을 잡고 한꺼번에 뛰어나오기도 했다.



“저는 사실 이런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강사비뿐만 아니라 재료비와 간식비까지 주시더라고요
아이들 가르치며 간식도 준비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저 또한 아이들을 알아갈 수 있는 배움의 기회였고, 아이들도 주말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리고,
아이들의 부모님도 그 시간에 잠깐의 쉼을 누릴 수 있잖아요. 그야말로 1석 3조의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을 지켜보며, 자급자족하며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며 살았듯, 아이를 키울 때도 마을은 이렇게 온 힘을 합쳤겠지,
농사일과 마찬가지로 육아에도 수눌음을 적용하며 서로의 아이를 제자식처럼 보듬어 키우고 한데 모아 먹이고 가르쳤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어울리고 서로의 장점을 알려주며 친해지는 것. 그것만큼 더 특별한 교육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