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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내면과 삶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

현일연_ 비움요가아쉬람 대표

인터뷰
사람과 공간을 만나다



제주에 정착한 지는 9년쯤 되었다. 가시리에 머물다가 2018년에 신흥리에 정착했고, 요가원 아쉬람은 2019년에 오픈했다.
제주에 오기 전까진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출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빡빡하고 분주하게 살았지만, 진정한 나를 위한 삶을 아니었음을 깨닫고,
마침 요가와 만나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신흥리의 가장 제주스러운 구옥에서 소수의 사람들과 명상요가를 하며
‘가장 나다운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있다.



Q. 요가원에 들어서자마자 대표님과 이 공간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이곳을 발견하게 되셨나요?
제주에 와서 처음엔 가시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오래 머물렀어요. 당시 인도에 계신 선생님을 통해 요가와 명상수련을 배웠고,
선생님이 저에게 사람들에게 요가를 가르쳐보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두려움을 느꼈는데, 선생님이 그러셨죠.
“누군갈 가르친다는 게 아니라, 네게 있는 것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라”고.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방문객들에게 요가를 나눔하며 저의 경력을 쌓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아, 나에게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공간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사실 대부분의 요가원은 오피스텔이나 현대식 건물에 있는 홀에 생겼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공간에 들어갈 자본도 없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의 건물을 찾고 있었는데, 이 공간이 너무나 밝은 기운으로 다가왔어요.
마음이 딱 정해졌어요 ‘여기서 요가를 하면 되겠다.’ 지금은 많이 생겼지만 제주 농가주택에 소규모로 시작한 요가원은 당시엔 매우 드물었죠.



Q. 정말 운명 같은 만남이네요. 그렇지만 한낮에도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이 고즈넉한 마을에 요가를 배우러 오시는 분이 있을까, 걱정 반 의문 반입니다. (웃음)
저도 그래요(웃음). 하지만 오픈하고 첫 수업할 때 세 분이나 오셨지요. 이후로도 단 한 분의 수강생이 오더라도, 2019년부터 지금까지 수업이 없어진 적은 없어요.
소규모로 계속 이어지고 있지요. 주로 신흥리에 사는 다른 사업을 운영하시는 분들, 남원읍, 표선면에서부터 오시는 분들도 있고, 3년쯤 되니,
정말 이 요가와 공간과 수업이 잘 맞아 장기적으로 오시는 고객들이 생겼어요. 마을 삼춘 중에도 가끔 알고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무릎이 너무 안 좋아서 요가 수업받고 많이 좋아지신 적도 있어요.



Q. 가장 제주스러운 곳에서 이뤄지는 대표님의 요가수업이 궁금합니다.
제주 오기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몸이 망가져 있는 상태였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들었으니, 그런 상태에서 마음을 집중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가 인도에서 비움요가를 만나고 나서 ‘아, 요가는 내가 죽을 때까지 해야 되는, 삶 그 자체구나’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그래서 저는 그 집중하는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하려 애를 씁니다. ‘요가 스킬’을 원하시는 분과는 조금 맞지 않을지도 몰라요.
깊이 명상하면서 나의 모든 것에 집중하고 또 비우는 그런 시간으로 수업이 이뤄집니다. 집중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 수련한다고 보시면 되어요.
몸을 정돈하고 호흡을 정돈하고 그럼으로써 마음이 정돈되고... 매일매일 우리가 집을 청소하듯이 내 내면을 청소하는 거예요.
‘아쉬람’은 인도에서는 ‘수행처’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에요. 먹고 자고 생활하면서 수행하는, 수도원 같은 곳이죠.
저는 여기서 수업도 진행하지만 한켠의 방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기도 합니다. 이 공간 자체가 저에겐 ‘아쉬람’인 셈이에요.

Q, 문화도시센터와 협업한 ‘일상형 마을라운지 프로그램’도 요가와 관련된 것이었겠네요? 마을라운지 역할을 하면서, 강사로서도 활동을 하셨지요?
문화도시센터는 역시나 마을라운지인 표선의 ‘환이정’ 대표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환이정 대표님이 아쉬람에서 요가수련을 하셨거든요.
일상형 마을라운지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수업 구성을 기획해보았습니다. 요가와 주제나눔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요가수련을 한 시간 하고 나면, 나머지 한 시간 동안 사주.명리학 선생님과 함께 나를 알아가는 시간 / 별자리를 함께 나누는 시간 /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읽고 나누는 시간 /
<어느 늙은 산양의 이야기>를 읽고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해 총 4회 수업을 진행했어요.
수업을 진행하면서, 내가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나며, 어떤 기운을 지녔는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 방식을 선호하는지 서로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별자리도, 사주도, 그림책도 나를 알 수 있는 좋은 도구임을 깨달았어요. 요가로 내 몸을 이완시킨 뒤 함께 나누는 대화들은 훨씬 더 자연스럽고 깊이 있고요.



Q, 마을라운지 대표님들과 만나다 보니, 정말 좋은 프로그램들을 거의 대부분 이주민들이 누리는 모습을 보게 되더라고요. 이 마을의 원주민들과는 더 자연스럽게 화
합할 방법이 또 없을까요?
저도 그 부분이 늘 딜레마였어요.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요가를 가르친 적도 있어요. 처음에 무릎이 안 좋아서 오셨던 삼춘도 요가를 하시다가 괜찮아
지면 다시 일하러 나가세요. 평생 일만 하시고 문화를 누릴 수 없었던 세대의 분들이라 우리가 그 부분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문화, 소비, 삶에 대한 가치관 모두 달라요. 저도 전혀 다른 방식의 요가 수업을 어르신과 진행하면서 그 부분을 깨닫게 되었어요.
아, 그래 이분들에겐 ‘명상’ ‘나를 찾기’라는 개념보다는 ‘건강’이라는 키워드로 다가서야겠다, 하면서 저의 방법을 조금 변화시켜 보는 거죠.
그분들이 당장 달라지거나 변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사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 같고요. 씨앗을 뿌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씨앗이 자라고 열매를 맺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Q, 고요하게 기다리는 방식 역시 아쉬람 대표님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저는 디테일하게 계획을 세우기보단 방향성만 정해놓는 성향이에요. 아쉬람을 준비하고 오픈할 때도 세 가지 키워드만 가지고 있었어요.
집중 치유 고요함이거든요. 결국에는 우리가 고요함으로 가야 하는 게 이곳의 키포인트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이 공간에 들어왔을 때
고요함을 느끼고 가면 되는 거죠. 시골에 할머니 집에 오듯이 편하게 가서 놀다 가는 그런 공간이기를 저는 항상 기도하면서 이 공간을 보살피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겨울이 되면 이제 비수기에 접어들어요. 귤 따러들 많이 가시는데다 추워지면 누구나 몸쓰길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겨울엔 조금 방학기간을 길게 잡아보려 합니다. 못다 했던 여행도 가고, 내면을 채우고 단단해져서 다시 아쉬람을 이끌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