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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과 많은 일을 기획해보고 싶어요

김보은_ 보니따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사람과 공간을 만나다



코로나19로 아무 데도 가지 못했을 때, 제주도를 여섯 번이나 왔다. 그러다 제주로 완전히 이주해 살게 되었다.
미술을 전공했으나 서울에선 전혀 다른 일로 생계를 꾸려가다가 제주도에 와서야 공방을 오픈했고, 자신에게 제대로 맞는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림도 그리고, 제주의 자연도 누리며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녀를, 보니따스튜디오에서 만났다.



Q. 제주로 오게 된 계기가 재미있어요. 그리고 사적인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스페인어를 좋아해서인지 대표님의 스페인어 공방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보니따 스튜디오’라고 이름을 짓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제주 정착하게 된 해가 2019년도쯤인데, 그때 코로나19가 터졌어요. 힘들 때마다 여행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뿐이었어요. 코로나 시기에 한 여섯 번쯤 왔거든요.
올 때마다 너무 좋고 너무너무 살고 싶었어요. 서울에 있을 땐 미술 전공이었음에도 패션업계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었어요.
전공을 살려 창업을 하고 싶었는데, 이왕 창업할 거면 가장 살고 싶은 곳에서 하자 싶었죠. 그래서 제주로 내려와서 공방을 차리게 되었어요.
제 이름이 보은인데, 그걸 줄여서 보니로 많이 불렸어요. 미국에 유학 가 있을 땐 외국인 친구들이 스페인어로 예쁘단 의미의 ‘보니따’로 많이 불렸고요.
제 이름과도 비슷해서 지었고요, 미술 말고도 다른 프로젝트를 많이 했으면 하는 마음에 ‘스튜디오’를 뒤에 붙였어요.



Q. 강정동에서 보니따스튜디오를 운영하신 지 2년쯤 되셨어요. 제법 자리를 잘 잡으신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모으셨는지 궁금해요.
강정동엔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살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키즈미술을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던 부모님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시더라고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오전 시간에 엄마들을 위한강좌를 개설했어요.
주변 어머님들의 입소문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진짜 열심히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로 홍보도 많이 했어요.
제가 서울에서 마케팅을 했잖아요. 그땐 그게 그렇게 싫더니, 제주살이에 큰 바탕이 된 거예요. 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원데이클래스도 열고,
연령층에 맞는 클래스를 다양하게 준비했어요. 그러면서 배우시는 분들이 어린이에서 성인으로 자연스레 넘어갔어요.
인 취미반을 운영하는 것이 저의 개인적 성장에도 도움이 되고요.
시그니처 도안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서 커리큘럼에 맞게 수업을 할 때도 있지만 틀에 갖춰진 수업을 하기 보단,
수강생분들이 그리고 싶어 하는 사진이나 그림을 들고 오실 때면 또 자유롭게 맞춰 드려요.

Q. 그림 그리기는 사실 ‘수학 공식’과 같아서 누구나 배우면 할 수 있다는 대표님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수학이라는 과목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의 기본적인 원리를 파악하면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잖아요. 미술도 똑같아요.
원근법, 명암, 색채, 이 정도만 알고, 배우고, 훈련하면 어떤 그림이든 그릴 수 있어요. 아무래도 손기술이다 보니 처음 접할 때 미술은 벽이 굉장히 높아 보이잖아요.
하지만 제대로 이론만 파악하면 확실히 달라요.



Q, 그런 이론을 잘 파악하고 꾸준히 대표님께 그림을 배우러 오시는 분이 계신가요?
네, 덕분에 저도 굉장히 루틴해졌어요. 수강생이 많지 않던 시절엔, 공방에 오도카니 혼자 있는 게 그렇게 어색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정해진 시간에 계속 정기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계시니 정말 출퇴근하는 개념이 생겼죠. 이렇게 되기까진 꼬박 1년이 걸린 것 같아요.
1년 동안 빠짐없이 제 수업을 듣고 있는 분들도 계시고요. 특히 아흔을 바라보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실 지금도 할아버지는 수업하실 때마다 어려우시니까 “에휴” 하며 큰 한숨부터 짓고 시작하세요(웃음).
그런데도 끝까지 해내시더라고요. 지금 1년째 빠짐없이 그림을 그리고 계시고, 집안에 자신들의 결과물로 전시를 해놓으셨대요.
손주들, 가족들이 그 전시회를 보러오고요. 가족분들도 근처에 사시는데, 종종 저희 공방에 들러 감사인사를 하고 가세요.
“두 분이 아무일도 없이 TV만 보고 계셨는데, 새로운 취미가 생겨서 너무 기쁘다”시면서요. 그럴 때 너무 뿌듯하죠.

Q, 저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누군가에게 글을 가르치는 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림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드는데,
자신이 그림을 어렵게 배운 것과 누군가에게 취미로 그림을 가르칠 때의 괴리감은 없으신가요?
음... 저는 없어요. 개인의 취미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이상의 무언가를 욕심내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수강생분들에게 그 이야길 항상 해요. “취미로 하는 것이지만, 스스로 멋진 작품을 그리려면 고통의 시간이 필요하다”고요.
원래 그림이 그렇거든요. 그리다 보면 망친 것 같아요. 분명 그런 느낌이 무조건 와요.
그때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선생님, 저 망한 것 같아요.” 그러면 저는 “괜찮아요. 계속해요.” 그래요.
그림은 그것의 무한반복이에요. 저도 매번 그렇거든요. 취미로 배우는 일반인라고 다를 것 없어요. 그 자체가 배우는 과정인 거죠.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땐 원래 몇 번의 고통과 역경이 오거든요. 그때 포기해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포기하지 않아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Q, 저에게도 도움이 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요즘 대표님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젊은 수강생들의 쉬 포기하는 발걸음이랄까요? 어르신들은 사실 굉장히 끈기가 좋으세요. 인내심도 있고.
하지만 20-30대 수강생은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바쁜 일, 술 약속 등등 유혹이 너무 많답니다. 한 달 수강료 내고도, 한두 번 오고 말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 고객들을 어떻게 하면 계속 포기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낸 아이디어가 ‘전시회’예요.
무언가 목표를 두면 어떻게든 해내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시회를 아예 잡아두고 그때 걸 작품들을 만드는 거죠.
그 공지를 보고 꽤 많은 분들이 연락하셨어요. 이 프로젝트를 성심성의껏 해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이자 고민입니다.